중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의 절대 강자입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정제·가공 기술에 있어서도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희토류 독점 구조는 글로벌 공급망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으며, 특히 무역전쟁과 자원 통제를 통해 국제 정세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독점 구조와 수출제한 조치, 이에 따른 세계 각국의 대응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자원 독점 구조
중국은 희토류 자원의 최대 보유국 중 하나로, 약 4천만 톤 이상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중국은 희토류 산업에 막대한 국가 주도로 투자를 시작했고, 저가 수출 전략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특히, 희토류의 채굴부터 정제, 가공, 고순도 산화물 제조까지 전 공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국가로는 중국이 유일합니다. 이로 인해 희토류 관련 산업에 필수적인 중간재 및 고부가가치 소재의 글로벌 의존도는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프라세오디뮴(Pr) 등의 고성능 자석용 희토류는 대부분 중국에서 정제된 제품이 전 세계로 공급됩니다. 이러한 독점 구조는 단순한 자원 보유를 넘어 가공 기술, 인프라, 전문 인력까지 통합한 형태로, 사실상 ‘희토류 제국’이라는 표현이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고 자원 통제권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희토류 산업을 '국가 안보 산업'으로 승격시켜 관리하고 있습니다.
무역전쟁 속 수출제한과 희토류의 전략 무기화
중국은 과거부터 희토류를 전략적 외교 도구로 활용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0년 중국-일본 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 이후, 중국이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전면 중단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 내 첨단 제조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고, 희토류 가격은 단기간 내 급등했습니다. 이후에도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던 2018~2019년, 중국은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통제를 언급하며 강력한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방산 기술 등 미국의 전략 산업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이 조치는 미국의 기술 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 수단으로 작용했습니다. 2021년에는 중국 정부가 ‘희토류 관리 규정’을 개정하여, 국가 안보 위협이 있을 경우 희토류 수출을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을 명문화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무역 규제가 아니라, 희토류를 무기화하여 외교적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명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전 세계 기업과 정부로 하여금 희토류 공급의 불확실성과 정치적 리스크를 인식하게 만들었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각국의 대응 전략과 공급망 다변화 노력
중국의 희토류 독점 구조와 전략적 자원 통제는 세계 각국에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은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투자를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1년 희토류 관련 행정명령을 통해, 핵심 광물 자원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희토류 채굴 및 정제 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 광산(Mountain Pass Mine)을 재활성화하여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캐나다 및 호주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공급선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EU는 ‘유럽 원자재법’을 통과시켜 희토류 자원의 확보와 친환경 채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전략광물의 자급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독일, 프랑스 등은 희토류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은 2010년 수출 중단 이후, 베트남, 인도, 호주 등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희토류 확보를 위한 국책 투자 기금을 확대했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다이킨, 히타치 등과 협력하여 희토류 대체 소재 및 저사용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호주는 세계 2위의 희토류 생산국으로 부상하며, 중국 외 국가들에게 안정적인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호주 리나스(Lynas)사는 일본, 미국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공급망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기적으로는 비용 상승과 기술 확보 문제를 동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제 자원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중국의 희토류 독점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정치, 외교, 기술 경쟁이 복합적으로 얽힌 글로벌 이슈입니다. 무역전쟁과 자원 통제를 통해 희토류는 이미 전략 무기화 되었으며, 각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자원외교와 기술 투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희토류를 둘러싼 국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급망의 다변화와 자원 민주화가 세계 경제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